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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이해 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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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부터 장문으로 이루어진 글을 읽는걸 힘들어했고 대부분은 읽기도 전에 아예 안읽어버리거나 꼭 읽어야하는 글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게 아닌 문장 구조를 대강 훑어보고 몇 몇의 키워드들만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식으로 문장을 읽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빠르게 다음 정보를 읽을 수 있고 불필요한 나머지 정보에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지만 이 방식은 시간이 지나서 제 자신을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첫번째로는 글을 대충 읽는 습관이 들여졌습니다. 내 눈앞에 장문이 펼쳐지면 일단 읽기 싫다는 감정이 피어오르면서 어떻게든 이 문장들 속 핵심 문구만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핵심 문구와 문장을 찾으면 그제서야 그 줄을 이해하기 위해 위로 2줄, 아래 2줄 정도를 읽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 장문
----- 이런건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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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핵심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위 아래 2줄 정도 읽기
-----
-핵심- 1️⃣ 핵심 문장 및 키워드 먼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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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는 습관이 배니, 다량의 정보를 빠르게 읽는데는 나름 효과가 있었지만 읽은 정보의 깊이가 얕아집니다.
위에서 1번과 2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장은 아예 읽지도 않은채 넘겨버리니 당연히 머리에 남은 정보의 양은 적어지더군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글에는 크게 서론, 본론, 결론이 있는데 본론과 결론 속 작은 문장만 읽고 "아, 핵심 내용만 알았으니 됐어" 라며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버리니 이후에는 제 스스로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 마저도 서론, 본론, 결론과는 거리가 멀게 두서 없이 글을 쓰게 되더군요.

이것은 곧 저의 대화에서도 나타나게 됩니다.

3년전쯤에는 배우고 곱씹고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블로그 글쓰기를 나름 자주했던 때라 대화를 나눌때도 최소한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대화를 잘 못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설명을 잘한다", "이해가 빠르신 것 같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들었는데 요즘은 어떤 말 하나를 하더라도 단어가 바로 생각나지 않아 버벅이는 제 모습을 보며 지난 3년간 제 대화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독하지 않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글을 대충 읽는 습관입니다.
성격이 급한건지 단순히 마음이 급했던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글을 읽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뭔가 이 아티클을 전부 다 정독하기에는 시간과 그 에너지가 아깝고 그래서 최대한 핵심 내용만 파악하고 바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이 행동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는 제 문해력 자체를 제대로 갉아 먹어버렸습니다. 🥲

곱씹어 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청년 적금으로 비트코인 투자…영끌 나서는 2030세대" 라는 문장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영끌이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가정했을 때 나머지 단어들은 모두 알고 이해가 되니 영끌 단어 또한 안다고 착각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사실은 아무런 뜻도 모르고 문맥에 맞게 유추한 가상의 단어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래놓고 누군가 저에게 "영끌이라는 단어가 뭐야?" 라고 물었다면 저는 "아.. 그게 말이지.. 아 분명 아는데.. 🤔" 와 같이 분명 아는 것 같지만 알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잠시 글 읽는 것을 멈추고 사전을 찾아본 뒤 전체 문장을 다시 읽었다면 더 깊이 이해가 됐을텐데 말이죠.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지 않았다.

같은 문장이라도 사람마다 제각각 본인만의 특별한 언어로 해석합니다. 가령 "과수원에 사과가 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는 친척의 남양주 과수원의 사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구는 한 호주 사과농장의 사과를 떠올릴 것입니다.
근데 저는 "과수원에 사과가 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어느 과수원도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흘려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놓고 그 문장을 이해했다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니 책을 덮은 뒤엔 아무것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만약 "과수원에 사과가 있다" 라는 문장을 듣고 "어릴 적 시골에서 본가로 올라올 때 자주 봤던 과수원의 사과 나무에 맺힌 사과"를 떠올렸다면 문장의 이해가 쉽고 기억에 오래 남았을겁니다.

정리해보자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며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연상하며 읽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땐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사전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본 뒤 다시 전체 문장을 읽어 나가기.

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 또한 두서없이 쓴 글이어서 사실 블로그에 업로드 할 지 고민을 좀 했었는데 최근 송요창님의 기술 블로그 작성 팁 3가지 글을 보고 용기를 얻어 올리게 됐습니다. 여기서 요창님께서는

  • 학습한 결과만 기록하는 글을 피하세요
  • 완벽주의는 글쓰기의 적입니다.
  •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도 써보세요.

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3가지 모두 저한테 해당되서 저 문구들이 많은 힘이 됐습니다.

비록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글을 읽고 쓰고 정리하다보면 언젠가는 양질의 정보를 제 개발 블로그에 방문해주신 많은 분들께 전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